pine20
세상사는 이야기
저는 글쟁이도,글쟁이가 되지도 못 합니다.
그져 생각나는 대로 적어 놓고,혼자 읽곤 합니다.
ㆍ작성자 푸른솔
ㆍ작성일 2007-09-20 (목) 09:01
ㆍ추천: 0  ㆍ조회: 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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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인민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다. 안방을 탈환하다!
어머니! 인민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다. 안방을 탈환하다!

(이렇게 해서 6.25 동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또 고달픈 삶이 계속된다.
이 이야기는 생각하건데 아마도 인천 상륙 작전으로 전선이 끊겨 도망하지 못한 인민군이 산속으로 숨어들어와 겪은 이야기 같다. (할머니는 그런 내용을 잘 모르심.))


남정네들은 피난가고 얼마나 세월이 흘렀을까? 그해 겨울 유난히 춥고 스산한 어느 날. 두 세 명의 인민군들이 거의 누더기 같은 누런 옷에 모자를 썼는데 모자에 붉은 별이 뚜렷하다. 따발총을 둘러메고 들이닥쳤다. 일단은 총을 겨누며 주위를 살피더니
“아주머니 동무! 뭐 먹을 거 없소. 빨리빨리 뭐 좀 내놓으라요!”
“아니, 이 산속에 먹을게 무엇이 있겠어요. 즈들도 계속 굶고 있는데요.”
하기사 난리통에 화전 일구어 수확한 강냉이는 다 떨어지고, 남편이 나가서 좀 벌어 양식을 보태야 하는데 생활이 이지경이 되니 그 해 겨울 날일이 암담하던 차였다.
“아니 그게 말이나되오. 굶고도 살았단 말이오. 어쨌든 살아있는걸 보니 뭘 먹었을 것 아니오. 그걸 좀 나누어 먹자 이기요. 정말 말 안 들으면...”
철컥 따발총을 들이댄다.
“아이고,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굶어 죽으나 총맞아 죽으나 죽는 건 매일반- 뒷간 잿더미 속에 숨겨놓은 강냉이를 내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 인민군들 이제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뒷간 잿더미 속에서 금방 강냉이 자루를 찾아낸다.
“아! 이 애미나이동무 못쓰갔구만!”
“아이구 인민군 양반 그건 안돼요. 그거 없으믄 우리 새끼들 다 굶어죽어요.”
그러나 그놈이나 나나 서로 죽어가는 판에 총가진 놈이 법일 수 밖에...
때마침 나는 학질이 걸려 춥고 오한이 나면서 벌써 열흘째 앓고 있는 몸이었다. 내 몰골이 거의 송장수준이었을거다. 그러나 또 큰 문제가 생겼다. 해가 지니 어김없이 살을 에는 추위가 닥쳐오고 인민군들은 안방에서 시아버님하고 우리 모두를 웃방으로 가라고 몰아넣었다. 부엌에서 불을 때더니 며칠 묵어갈 것이니 안방을 우리한테 빌려달란다. 가뜩이나 웃방은 불기가 없어 삼천냉고래인데 거동도 못하는 시아버지하고 병든 나, 새끼들 십상 얼어죽을 것이 뻔하다. 그러나 도저히 몸이 아파 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니 자포자기하고 애들 하나는 사타구니 사이에 하나는 팔에 안고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칠흙같은 어둠인데 무슨 연기가 매케하고 숨을 쉴 수가 없다. 언뜻 일어나 보니 문지방안에 옹기깨진 화로에 무엇이 타고 있는데 맵고 독한 연기가 난다.
무엇이 타고 있는 것이다!
급하게 애들을 흔들어 놓고 밖으로 나가려니 문이 열리지 않는다. 밖에서 문을 빗장으로 박아 놓은 것이다. 안방으로 통하는 문도 마찬가지다. 이때 희미한 의식 속에서도 번뜩 우리를 죽이려고 이놈들이 꼬추로 불을 피웠구나! 생각이 들었다.
악이 바치기도 하고 어짜피 죽은 몸 이래서는 안되겠다싶어 일어나 있는 힘 없는 힘을 다해 안방으로 난 문을 향해 온 몸을 던져 물을 열기로 했다.
하나, 둘, 셋- 얍!
내 몸 전체를 안방 문을 향해 던졌다.
와장창! 문짝이 안방으로 날아가며 내 몸은 안방 인민군들 위에 엎어졌다.  
“뭐야!”
캄캄한 밤에 자다깬 인민군들 놀라 갑자기 밖으로 총알같이 튀어나간다.
“아니, 이 에미나이 동무. 왜 00이야!. 지독한 에미나이구만. 김동무! 안되겠소. 빨리 우리가 밖에 나가서 자야 되겠소. 이러다간 우리 모두 학질걸려 떼죽음 당할게 뻔하오!”
(알고 보니 인민군들이 죽이려기보다는 학질이 옮지 않게 고추를 불에 태워 연기로 소독하려는 목적이었음을 알게 됨. 학질이 옮을까봐 전전긍긍)
이렇게 해서 따발총으로 무장한 인민군들을 학질 걸린 내 몸을 무기로 사생결단 용기 덕분에 무사히 안방을 다시 찾아 몸을 덥힐 수 있었다.
그 다음 날 아침 며칠 묵다간다던 인민군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어이 에미나이 동무. 고맙소.”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어디론지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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