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e20
세상사는 이야기
저는 글쟁이도,글쟁이가 되지도 못 합니다.
그져 생각나는 대로 적어 놓고,혼자 읽곤 합니다.
ㆍ작성자 푸른솔
ㆍ작성일 2007-09-20 (목) 09:02
ㆍ추천: 0  ㆍ조회: 2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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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 살길을 찾아 희망의 언덕을 넘어...
어머니 !... 살길을 찾아 희망의 언덕을 넘어...

7살 때...
안흥 모두둑에서의 찢어지는 가난,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부모님은 온가족을 이끌고 화전을 일구어 먹으면 좀 낫다는 소문에 갑천면 병지방 공서울이라는 첩첩산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온가족이 봇짐을 싸서 아버지는 지게에 지고 어머니는 머리에 이고 등에는 동생을 없고 애들도 저마다 멜빵에 가재도구들을 형편에 맞게 짊어지고 아버지의 지게 뒤를 차례로 따르며 길을 나섰다.
모두둑에서 병지방 공서울까지는 어른이 서둘러 걸어서 온전한 하루 길인데 늦어서 어두워지면 병지방 산을 오를 수 없으니 서둘러 가야하신다고 새벽 동도 트기 전 캄캄한 밤에 출발했다. 병지방에 가면 좀 더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신바람이 났다. 어른걸음 따라가느라 죽어라고 걸었지만 참 좋았다. 어느덧 날이 밝고 해가 중천에 이르도록 계속 걷고 또 걸어 도착한 곳이 지금의 갑천면  조그만 언덕 새고개 마루턱에 도착했다. “얘들아, 저기 참꽃이 많으니 요기 좀 하고 가자.”는 아버지 말씀에 짐들을 내려놓고 산으로 부리나케 달려가 참꽃을 마구 따먹기 시작했다.(참꽃은 진달래 꽃으로 빈궁한 시절 배고플 때 따먹곤 하였음-그래서 이름도 참꽃!... ?)
“얘들아, 그만 가자. 빨리 서둘러 율동고개를 넘어야 되는데 고개 밑에 가서 또 요기하자.” 서둘러 출발하는데  그 언덕을 넘으며 좋았던 생각이 지금도 선하다.
얼마를 갔을까 오래 걸린 것 같지는 않았는데 새벽에 넘은 안흥고개보다 훨씬 가파른 큰 산 밑에 이르게 되었다. 아버지가 잠깐 쉬었다 가자고 하셔서 짐을 내려놓고 어제 저녁 미리 준비해놓은 찐 고구마 하나씩을 받아 점심으로 때우고 물 한바가지 떠서 돌려먹고 나니 산을 오르기 시작이다.
어둡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에 기를 쓰고 따라가지만 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 결국 큰 산을 넘고 계곡을 따라 몇 굽이를 돌아 도착한 곳이 병지방 공서울이라는 곳. 워낙 산속이라 밤도 일직 찾아오는지라 벌써 어둠이 깔리는데 이제 다시 아버지가 미리 보아놓은 움막을 향해 계속 산을 오른다.(산 밑의 평평한 곳은 모두 소유가 있는 경작지이고 화전은 국유림 높은 산으로 올라가야 산등성이쯤에 약간 평평한 곳이 있기 때문에 올라가야 함.)
완전히 어두워서 도착한 움막은 말 그대로 거의 쓰러져가는 다른 화전민이 살길을 찾아 버리고 떠난 그런 집이었다. 어쨌든 그 집에 정착하게 되었고 서둘러 파종해야 굶어죽지 않기 때문에 온가족이 돌밭을 개간하고 파종하는 고달픈 생활이 시작되었고 참꽃 따먹으며 넘은 희망의 언덕 ! 새고개의 희망은 사라지고 배고픔은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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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흘러 병지방리 공서울에서 화전민 생활 속에 나이 열다섯!
입이나 하나 덜자고 서둘러 보낸 시집생활!(굶기를 밥 먹듯이 하던 시절에는 결혼의 의미가 식구하나 덜어서 양식 아끼자는 의미가 포함되었다고 함.)
“우리 할아버지를 남편으로 만나 극진히 공경하며 오늘 이 나이가 됐다우. 벌써 시집 온지 63년째 라우. 말이 시집이지 그 집도 가난하기는 매한가지. 옆으로 능선을 대여섯개 돌아가는 똑같은 화전민으로 첫날밤을 맞는데... 첫날밤이 뭔지 내외가 뭐지도 몰랐어유. 야심한 밤 천장을 바라보니 군데군데 별이 보이잖아유. 그런 시집살이 고생을 어떻게 다 말하겠수. 물을 길어다 먹는데 몇 능선을 돌아가야 되는데 병지방은 짚이 귀해서 맨발로 살았지유.(논에서 나는 볏짚으로 짚세기 신발을 만들 수 있음.) 겨울에는 눈이 오면 눈을 모아서 햇볕에 녹이는 게 일이었지유.(식수 및 생활용수로 사용하기 위함-첩첩산중이라도 계곡물은 어느정도 밑으로내려와야 흐르다보니 거리상 물이귀함) 그러다 보니 자식 낳게되고 그러다보니 오기가 더 생기더라구요. 나 하나 망가져도 우리 식구 살려야 되겠다. !!   또 언젠가는 간간히 산밑에 나들이 갔던 바깥 양반들 소식을 들으니 왜놈이 망해서 도망갔다나...새 세상이 올거라나... 새 세상인지 뭔지 그날그날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나둘 늘어가는 새끼들을 생각하니 한시인들 놀 수 있나! 한 뼘이라도 화전 더 일구어 심고 짬짬이 산나물이며 더덕이며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삼십리길 횡성장에 내다팔고...
배고픔은 한결 나아지고 이제 몇 년 더 벌면 개바닥에 밭떼기라도 하나 장만하여 산을 내려갈 희망에 일하고 일하고 또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정말 갑자기 어느 날 아주 갑자기!
산 밑에 나려갔던 남편이 사색이 다되어 헐레벌떡 올라왔다.
“여보, 여보, 큰일났데. 아, 글쎄 인민군이 쳐내려왔는데 서울은 이미 인민군 수중에 들어가고 여기도 오늘 낼이면 인민군이 닥친대!”
숨이 차서 말을 못한다.
“그런디 인민군한테 젊은 사람이 붙집히믄 그 즉시 끌려가서 죽는대... 빨리 도망가야된데! 여보 빨리 짐 꾸려!”
무슨 짐을 어떻게 꾸려야 될지...
남편성화에 대충대충 짐 꾸리고 닥닥 긁어 준비한 강냉이 서 말도 고이 싸서 등짐에 메고, 남편은 여타저타 집단속 당부할 사이도 없이 산을 내려가고 말았다. 아니, 아침에는 아무 일 없던 날에 저녁에는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남아있다는 게 이웃 능선 넘어 사촌 동서와 애들. 우리 집도 남정네들은 다 떠나고 늙어 거동 못하는 시아버지와 나 그리고 쫄망쫄망한 애들만  남게 되었다.
밤은 어두워지고 야심한데 ...??...정말 아주- 아주 멀리 쿵!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울린다.
‘이게 바로 그 대포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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