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e20
세상사는 이야기
저는 글쟁이도,글쟁이가 되지도 못 합니다.
그져 생각나는 대로 적어 놓고,혼자 읽곤 합니다.
ㆍ작성자 푸른솔
ㆍ작성일 2007-09-20 (목) 09:03
ㆍ추천: 0  ㆍ조회: 2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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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물방앗간의 추억!
첫 번째  이야기
         -----어머니!...물방앗간의 추억!------
그늘 쪽에는 군데군데 눈 더미가 쌓여있지만 비닐하우스 안은 따스한 햇볕이 더없이 감미롭다. 어느새 할머니의 이야기꽃은 나래를 편다.
“아! 글쎄 엊그제는 안흥으로 도라지 밭을 매러 갔는데(이 날은 예외없이 조장따라 봉고차타고 남의 밭 매러 가심.) 나 참, 글쎄 거기가 모두둑이더라구요 모두둑! 세상 참 어쩌다 죽기 전에 모두둑을 가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유.”
“아니, 할머니 모두둑이 어디인데요? 안흥 모두둑요? 할머니 안흥이면 둔내 옆으로 얼마 안되잖아요...? 거기가 어떤 곳인데요?”
“내가 태어나서 살던 곳이지유.”
“그래요? 참 반가우셨겠네요. 어릴 적 고향에 가셨으니 얼마나 좋으셨어요?”
내 말에는 대꾸도 않으시고 당신의 이야기를 계속하신다.
“아 글쎄 한참 밭을 매다보니 이상하지 뭐유. 저 앞산하고 산밑으로 흐르는 개울이 이상하게 낯이 익은 거요. 혹시?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둘러봐도 정말 이상해요. 그래서 주인 아저씨 옆에 왔을 때 저기가 모두둑 아니냐고 물었더니...  저산 밑이 바로 모두둑이래요. 아니 그렇다면 내가 매고 있는 밭주변이 내가 살던 집이 있었던 자리 같은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르 쏟아지는데 주체를 못하겠드라구요. 다른 여자들 눈치챌까봐 수건을 더 아래로 눌러쓰고 땅바닥을 바라보고 밭을 매는 둥 마는 둥 그냥 한없이 울었지요...”
“왜 그렇게 울으셨어요.”
“어릴 때 생각이 나서 그랬지유.”
바로 물방앗간의 이야기를 하신다.
“그때 하도 똥구녁이 째지게(너무 빈궁한 시절 거친 음식과 굶주림으로 인해 변비가 심해 항문이 찢어지는 일이 많았다해서 사용되는 말) 가난해서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그날도 부엌에서 달랑무 밥하는 아궁이에 불을 때게 되었는데(그 시절에는 나이 5-6세이면 벌써 가사일을 도와야 하였음) 얼마나 배가 고픈지 혼날 줄 알면서도 솥뚜껑을 열고 맨손으로 한 움큼 입에 넣으려고 하는 순간 글쎄 어머니가 보신거예유. 느닷없이 이년! 그게 어떤거라고 네년 주둥이에 들어가! 들어가기를! 당장 나가 뒈져버려! 이년! 하시면서 옆에 세워놓은 홍두께로 사정없이 두들겨 패는거유. 매를 피해 집밖으로 쫓겨났지만 계속 악을 써대며 나가 죽어버리라고 야단을 하시는 통에 저는 그냥 울면서 그저 집으로부터 멀어져 갔지유. 맨발에 때마침 눈이 하얗게 내린 겨울이라 발이 너무 시려워요.(그때는 신발이래야 집쎄기 아니며 맨발) 무작정 울면서 간다는 것이 마을 밑 산 밑 개울가의 물방앗간까지 간거유.(옛날의 물방앗간은 물을 이용하는 관계로 동네 어귀나 밖에 위치)
하도 춥고 발이 시려워 방앗간 문을 열고 들어가서 검풀더미위에 웅크리고 앉아 한참을 울다가  보니 겨울밤이 벌써 깜깜해진거유. 갑자기 무서워서 죽겠어유. 근데 집에 들어가면 맞아 죽을 것 같고... 그러나 혹시 어머니가 찾아올 수도 있지... 희망을 가지면서 할수없이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한없이 울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봐요. 갑자기 춥고 허기에 지쳐 눈을 떠보니 먼동이 트고 있었어요. 무섭고 죽을 것 같은 생각에 용기를 내서 집으로 행했지요.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어린 마음에 어머니가 원망스럽고 야속해요. 아무리 잘못했드라도 배 곺아서 씨래기 밥 한주먹 먹었다고 내쫓을 수가 있나? 그리고 내가 나간 눈위에발자국까지 있는데 밤새도록 찾아오지도 않고... 어린 마음에 원망에 원망을 하면서도 어느덧 집 앞 사립문에 도착해... 쭈뼛쭈뼛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는데 ,어머니 어느새 이년! 기어들어왔으면 냉큼 부엌에가서 불이나 땔일이지 뭣하고 자빠졌어! 그말이 얼마나 반갑던지...얼른 아궁이에 찰싹 달라붙어 불을 떼니 얼마나 따뜻하고 좋은지...
그때 모두둑 생각해서 그렇게 울었지 뭐유...“


(이야기를 들으며 드디어 이 할머니가 신으신 깁고 또 기워신은 양말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걸 이상히 보고 괜히 내가 민망해했으니... 참으로 나는 이 할머니의 강인한 삶이 어떻게 연유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물방앗간의 추억’하면 대게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의 하룻밤 로맨스(?)를 생각하며... 그러다보니 봉평 메밀꽃 축제때는 메밀국수 한그릇먹으러 서울사람 고급차가 즐비하다만... (사실 소설속의 사실은 낭만도 아닌데...꺼리를 만들어 즐기어야  제맛이 나니까 ...?)
안흥 모두둑이면 대화장도 멀지 않고 시대적 배경도 비슷한 일제시대이므로 이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니 그시절이 더더욱 애닯게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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